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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 동덕

몸의 병? 마음의 병?

읽는 시간 약 8분

진료를 하다 보면 검사에서는 특별한 이상이 없다고 하는데 정작 본인은 몹시 힘들어하는 분들을 만나게 됩니다.

속이 늘 더부룩하고 답답합니다.
조금만 신경을 써도 배가 아프고 설사를 합니다.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목에 무언가 걸린 것 같기도 합니다.
머리가 아프고 어깨가 굳어 잠을 자도 개운하지 않습니다.

이런 증상이 오래되면 환자는 여러 병원을 다니게 됩니다. 그런데 검사 결과는 의외로 단순합니다.

“큰 이상은 없습니다.”

환자 입장에서는 이 말이 오히려 답답합니다. 분명히 아픈데 이상이 없다니요.

이럴 때 한 번쯤 생각해볼 것이 있습니다.

몸만 아픈 것이 아니라 마음과 몸이 함께 반응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마음과 몸 사이에는 경계선이 있을까

우리는 흔히 몸과 마음을 따로 생각합니다.

위가 아프면 위의 문제이고, 머리가 아프면 머리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불안하거나 우울하면 그것은 마음의 문제라고 생각하지요.

하지만 실제 우리 몸은 그렇게 분리되어 움직이지 않습니다.

중요한 일을 앞두고 긴장하면 심장이 빨리 뜁니다. 시험을 앞두면 갑자기 배가 아픈 사람이 있습니다. 몹시 화가 나면 얼굴이 붉어지고 혈압이 올라가기도 합니다. 큰 걱정거리가 생기면 입맛이 떨어지고 잠을 이루지 못하기도 하지요.

가만히 생각해보면 참 재미있습니다.

걱정은 머리에서 했는데 왜 위장이 아플까요?
화가 난 것은 마음인데 왜 심장이 빨리 뛸까요?

마음에서 일어난 일이 몸으로 전달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심신증이란 무엇인가

심신증을 아주 쉽게 표현하면 심리적인 요인이 신체질환의 발생이나 경과에 영향을 미치는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심신증을 이야기하면 간혹 “마음이 약해서 생기는 병”, 혹은 “신경을 써서 아프다고 느끼는 것” 정도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아픈 것은 실제로 아픈 것입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 몸에서는 자율신경계와 호르몬, 면역계 등이 함께 반응합니다. 심장은 빨리 뛰고 근육은 긴장하며 소화 기능도 달라집니다. 이런 변화가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입니다.

문제는 긴장이 끝나지 않을 때입니다.

하루 종일 걱정하고, 밤에도 생각을 멈추지 못하고, 다음 날 다시 긴장하는 생활이 몇 달씩 이어진다면 몸 역시 계속 긴장 상태에 놓이게 됩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몸의 가장 취약한 부분에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위장으로 나타나고, 누군가는 두통으로 나타납니다. 어떤 사람은 가슴이 두근거리고, 또 어떤 사람은 피부 증상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심해집니다.

그래서 심신증에서 중요한 질문은 단순히

“어디가 아픈가?”

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언제부터 아팠는가?”
“어떤 상황에서 심해지는가?”
“그 무렵 이 사람의 삶에는 무슨 일이 있었는가?”

까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상하게 휴일에는 덜 아픈 사람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평일 아침마다 속이 쓰리고 소화가 안 되는 사람이 있다고 해보지요. 여러 가지 치료를 받아도 좀처럼 낫지 않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물어보니 이상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토요일 오후와 일요일에는 훨씬 편하다는 것입니다.

월요일 아침이 되면 다시 속이 아픕니다.

이 경우 위장만 들여다봐서는 문제의 전체 모습이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직장에서 받는 압박감이나 인간관계, 업무에 대한 불안이 위장 증상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위장병을 스트레스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됩니다.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합니다.

지속적인 통증이나 체중 감소, 출혈, 호흡곤란, 심한 흉통처럼 신체질환을 의심해야 하는 증상이 있다면 먼저 적절한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신체질환을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채 “스트레스 때문입니다”라고 단정하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몸을 살피되 마음을 놓치지 않고, 마음을 살피되 몸의 병을 놓치지 않는 것.

저는 이것이 심신증을 바라보는 중요한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한의학은 오래전부터 감정과 몸을 함께 보았다

이 지점에서 한의학을 다시 바라보면 흥미로운 부분이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사람의 감정과 신체를 완전히 별개의 것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기쁨과 분노, 생각과 근심, 슬픔과 두려움 같은 정서가 지나치거나 오래 지속되면 신체의 기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흔히 말하는 칠정(七情)의 개념도 이런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물론 옛 의학의 표현을 현대의 자율신경이나 호르몬 이론과 그대로 동일시할 수는 없습니다. 시대도 다르고 사람의 몸을 설명하는 언어도 다릅니다.

그럼에도 두 관점이 만나는 지점은 분명히 있습니다.

인간의 몸은 감정과 무관하게 움직이는 기계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저는 이 부분이 심신증을 이해하는 데 상당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왜 어떤 사람은 위가 아프고, 어떤 사람은 머리가 아플까

여기서 더 흥미로운 질문이 생깁니다.

똑같이 스트레스를 받아도 왜 모든 사람이 똑같이 아프지 않을까요?

어떤 사람은 조금만 걱정해도 소화가 안 됩니다.
어떤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목과 어깨부터 굳습니다.
또 어떤 사람은 잠을 못 자고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같은 스트레스인데 몸이 반응하는 장소와 방식이 서로 다른 것입니다.

이 차이를 단순히 스트레스의 강도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타고난 신체적 취약성도 있을 것이고, 생활습관이나 수면, 과거의 질환, 성격과 감정을 처리하는 방식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제가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온 체질이라는 문제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사람마다 스트레스를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르고,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다면 신체가 반응하는 방식에도 일정한 차이가 나타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꽤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몸의 증상만 보지 말고 그 사람을 보자

심신증을 공부하다 보면 결국 한 가지 생각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병만 보지 말고 사람을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언제부터 아팠는지, 무엇을 먹었는지만 묻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요즘 잠은 잘 자는지,
무엇 때문에 마음이 무거운지,
화를 참으며 살고 있지는 않은지,
누군가와의 관계 때문에 계속 긴장하고 있지는 않은지.

이런 질문들이 때로는 검사 수치만큼 중요한 단서를 줍니다.

몸은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 이야기를 단지 위염, 두통, 불면, 두근거림이라는 각각의 병명으로만 듣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심신증이라는 말은 어쩌면 새로운 병의 이름이라기보다, 사람의 몸과 마음을 다시 하나로 바라보라는 오래된 질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가 보려고 합니다.

같은 스트레스를 받아도 왜 사람마다 아픈 곳이 다를까?

그리고 그 차이를 체질과 감정의 특성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지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mom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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