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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 동덕

검사는 정상인데 왜 나는 아플까?

읽는 시간 약 20분

미병과 ‘회복력의 저하’라는 새로운 관점

“검사는 다 정상이라고 하는데 저는 분명히 몸이 안 좋습니다.”

진료실에서 드물지 않게 듣는 말입니다. 혈액검사도 특별한 이상이 없습니다. 심전도도 괜찮습니다. 위내시경에서도 큰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환자는 말합니다. “예전 같지가 않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습니다. 조금만 무리하면 며칠씩 피곤합니다. 잠이 얕아졌습니다. 소화도 예전 같지 않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가슴이 쉽게 두근거립니다. 검사에서는 ‘정상’인데 환자는 왜 이렇게 힘들까요?

환자가 느끼는 증상이 모두 검사에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모든 증상을 ‘신경성’이라고 설명해서도 안 됩니다.

오늘은 바로 이 건강과 질병 사이의 회색지대를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정상이라는 말은 건강하다는 뜻일까?

먼저 ‘정상’이라는 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혈액검사를 하면 기준범위가 표시됩니다. 그 범위 안에 있으면 흔히 정상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검사 결과가 기준범위 안에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대부분의 경우 그 검사가 측정하는 특정 항목에서 뚜렷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그것이 곧 “이 사람의 몸 전체가 최상의 상태다.”라는 뜻은 아닙니다.

검사는 매우 중요합니다. 질병을 발견하고 위험한 상태를 확인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인간의 몸 전체를 하나의 검사로 모두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55세 남성을 다시 만나보자

앞에서 살펴봤던 가상의 불면 환자를 다시 불러오겠습니다.

55세 남성입니다.

직장 스트레스가 심해진 뒤 잠을 못 자기 시작했습니다. 몇 달 지나면서 속이 더부룩하고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피곤합니다. 여러 검사를 받았지만 큰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이 사람은 건강한 것일까요? 질병이 없다는 것과 건강하다는 것은 완전히 같은 말일까요?

여기서 조금 다른 질문을 해보겠습니다. “예전과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환자가 대답합니다.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하루를 무리해도 다음 날이면 괜찮았습니다. 지금은 이틀, 사흘이 걸립니다.

예전에는 한두 번 잠을 설쳐도 금방 돌아왔습니다. 지금은 한 번 수면리듬이 깨지면 일주일이 힘듭니다.

이 차이가 중요합니다.

문제가 ‘얼마나 흔들리는가’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흔히 몸의 이상을 반응의 크기로 판단합니다.

혈압이 얼마나 올라갔는가? 심박수가 얼마나 빨라졌는가? 혈당이 얼마나 높아졌는가? 그러나 건강을 이해하려면 또 하나를 봐야 합니다.

얼마나 빨리 돌아오는가?

계단을 오르면 심장이 빨리 뛰는 것은 정상입니다. 문제는 운동이 끝났는데도 지나치게 오래 회복되지 않는 경우입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긴장하는 것도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끝난 뒤에도 밤새 각성이 지속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건강을 단순히 자극에 얼마나 반응하는가만으로 보지 않고 자극을 받은 뒤 어떻게 회복하는가까지 볼 필요가 있습니다.

건강을 ‘스프링’으로 생각해보자

스프링 하나를 손으로 눌러보겠습니다. 힘을 주면 눌립니다. 손을 놓으면 원래 모습으로 돌아옵니다. 다시 눌러도 돌아옵니다. 건강한 생명체도 어느 정도 비슷합니다.

외부 환경이 변하면 몸도 변합니다. 추우면 혈관이 수축합니다. 운동하면 심장이 빨라집니다. 식사를 하면 대사 상태가 달라집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각성합니다. 그리고 자극이 사라지면 다시 안정된 상태로 향합니다.

중요한 것은 흔들리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흔들리고도 돌아오는 것입니다.

그런데 스프링이 조금씩 약해진다면?

처음에는 누르고 손을 떼면 바로 돌아옵니다. 그런데 계속해서 강한 힘을 가합니다. 충분히 회복하기 전에 또 누릅니다. 다시 누릅니다. 계속 반복합니다. 어느 순간 예전처럼 빨리 돌아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비유를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지만 반복되는 스트레스와 회복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우리는 앞에서 이것을 알로스타틱 로드(allostatic load)라는 개념과 함께 살펴봤습니다.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동원되는 생리적 조절에 부담이 누적되는 문제입니다.

병이 생기기 전에 ‘회복의 속도’가 먼저 달라질 수 있을까?

여기에서 흥미로운 질문이 생깁니다.

질병이 진단되기 전에 몸에서는 아무 변화도 없었을까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어느 날 갑자기 수면이 망가지는 것처럼 보여도 그 이전부터 수면시간이 조금씩 불규칙해졌을 수 있습니다.

아침 안정시 심박수가 예전보다 높아질 수도 있습니다. 활동량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 뒤 회복에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습니다.

본인은 단순히 “요즘 컨디션이 별로야.”라고 느낄지도 모릅니다.

아직 질병이라고 부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전의 자기 상태와 비교하면 분명 변화가 있습니다.

여기에서 ‘미병’을 생각해볼 수 있다

동아시아 전통의학에는 오래전부터 미병(未病)이라는 개념이 존재해왔습니다.

글자 그대로 풀면 아직 병이 되지 않은 상태라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미병을 단순히 “검사에는 안 나오는 병”이라고 정의하면 너무 단순합니다.

고전에서 미병이라는 개념은 질병이 완성된 뒤에만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병이 생기기 전부터 건강을 지키고 변화의 조짐을 살핀다는 더 넓은 예방적 의미와 함께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미병을 현대의학의 특정 진단명과 일대일로 대응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미병과 전단계 질환은 같은 것일까?

현대의학에도 질병 이전의 상태를 다루는 개념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당뇨병이 진단되기 전의 당뇨병 전단계가 있습니다.

고혈압으로 진행할 위험이 높은 혈압 상태도 관리합니다.

암에서는 전암성 병변을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이런 상태들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이것을 모두 미병과 같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현대의학의 전단계 질환은 대개 특정 질환으로 진행할 위험과 관련된 비교적 명확한 의학적 기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반면 미병은 보다 넓은 건강관리와 예방의 맥락에서 사용되어 온 개념입니다.

따라서 미병 = 전단계 질환이라고 번역해버리면 각각의 개념이 가진 차이를 놓치게 됩니다.

그렇다면 미병을 현대적으로 어떻게 연구할 수 있을까?

여기서 우리의 관심은 용어를 억지로 맞추는 데 있지 않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질병이 진단되기 전에 나타나는 변화가 실제로 존재하는가를 측정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의 수면시간, 수면의 규칙성, 안정시 심박수, HRV, 활동량, 체온, 혈압, 혈당 등을 장기간 관찰한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어느 날의 숫자 하나보다 몇 달 동안의 변화가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정상범위’보다 ‘나의 평소 범위’가 중요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의 평소 안정시 심박수가 분당 60회 정도였다고 해보겠습니다.

그런데 최근 몇 주 동안 70회 전후가 계속됩니다.

70이라는 숫자만 보면 반드시 질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사람의 과거 상태와 비교하면 변화가 있습니다.

수면시간도 줄었습니다. 활동량도 감소했습니다. 본인은 피곤하다고 합니다. 여기에서 새로운 관점이 생깁니다. 집단의 정상범위와 개인의 평소 범위는 같은 것이 아니다.

미래의 예방의학에서는 이 차이가 점점 중요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 번의 건강검진보다 ‘나의 시간’을 본다면

우리는 보통 1년에 한 번 건강검진을 받습니다.

그날 혈압을 잽니다. 피를 뽑습니다. 체중을 측정합니다. 중요한 검사입니다. 그런데 1년은 365일입니다.

건강검진은 그중 하루의 몇 시간을 보는 것입니다. 나머지 시간 동안 몸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알기 어렵습니다.

반면 스마트워치나 여러 웨어러블 기기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전혀 다른 종류의 정보를 제공합니다.

매일의 심박수, 활동량, 수면, 일부 기기에서는 HRV 등의 변화를 반복해서 기록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정확한 숫자 하나보다 시간에 따른 방향일 수 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병이 생긴 것이 아닐 수도 있다

한 사람의 1년을 그래프로 그려본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처음에는 잘 잡니다. 운동도 합니다. 스트레스를 받아도 금방 회복합니다. 그런데 일이 많아집니다. 수면시간이 조금씩 줄어듭니다. 활동량도 줄어듭니다. 안정시 심박수가 조금씩 올라갑니다. 스트레스를 받은 다음 날까지 피로가 남습니다. 주말에 쉬어도 개운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몇 달 뒤 불면증이나 다른 건강문제로 병원을 찾습니다. 병원에 온 날만 보면 질병이 시작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시간축으로 보면 그 이전부터 회복의 궤적이 변하고 있었을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스마트워치가 병을 예언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도 주의해야 합니다.

웨어러블 기기의 수치가 조금 변했다고 해서 “곧 병에 걸립니다.”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HRV는 수면, 운동, 음주, 스트레스, 호흡, 나이, 약물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습니다.

소비자용 기기의 측정 정확도와 알고리즘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웨어러블은 의사의 진단을 대신하는 기계가 아닙니다.

다만 한 사람의 상태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를 관찰할 수 있는 새로운 창으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이것을 보명지주와 연결하면 흥미로운 질문이 생긴다

앞 글에서 우리는 보명지주를 살펴봤습니다.

태양인의 흡취지기, 소양인의 음청지기, 태음인의 호산지기, 소음인의 양난지기입니다.

그리고 이것을 특정 호르몬이나 자율신경 지표와 곧바로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 대신 다른 질문을 해볼 수 있습니다.

사상의학에서 보명지주가 약해지고 있다고 판단했던 사람에게 현대적인 생체신호에서도 반복되는 변화가 나타날까?

이것은 충분히 연구 가능한 질문입니다.

체질마다 ‘먼저 흔들리는 것’이 다를까?

여기에서 더 흥미로운 가설이 생깁니다. 같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모든 사람이 똑같은 순서로 흔들릴까요?

한 사람은 먼저 잠이 깨집니다. 다른 사람은 식욕이 달라집니다. 또 다른 사람은 장이 불편해집니다.

누군가는 심장이 두근거립니다. 누군가는 몸이 무거워집니다.

그렇다면 체질이라는 것이 실제 생리적 의미를 가진다면

체질마다 건강상태가 무너질 때 먼저 나타나는 변화의 순서가 다를 가능성이 있을까?

이것은 매우 흥미로운 연구 질문입니다. 하지만 아직 답을 정해놓아서는 안 됩니다.

실제로 그런 차이가 존재하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질병 이름보다 ‘무너지는 순서’를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같은 불면증 환자 두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A씨는 몇 달 전부터 먼저 식욕이 떨어졌습니다. 그다음 속이 불편해졌습니다. 그 후 손발이 차게 느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잠이 깨지기 시작했습니다.

B씨는 다릅니다.

먼저 몸이 무겁고 활동량이 줄었습니다. 그다음 코골이와 수면의 질이 나빠졌습니다. 낮에 졸립니다. 그리고 나중에 불면을 호소합니다.

두 사람 모두 진료실에서는 “잠을 못 잡니다.”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 병이 만들어진 시간의 순서는 전혀 다릅니다.

이것이 임상에서 매우 중요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환자에게 ‘언제부터’를 묻는 것이다

“어디가 아프십니까?”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한 단계 더 들어가려면 “무엇이 가장 먼저 달라졌습니까?”를 물어야 합니다.

잠이 먼저였습니까? 소화가 먼저였습니까? 피로가 먼저였습니까? 식욕이 먼저였습니까? 대변이 먼저 달라졌습니까? 스트레스 사건이 있었습니까? 그때부터 지금까지 어떤 순서로 변했습니까?

이렇게 질문하면 증상 목록이 시간을 가진 이야기로 바뀝니다.

한의학의 진찰도 ‘시간’을 더 많이 봐야 하지 않을까?

전통적인 진찰에서는 현재의 상태를 세밀하게 관찰합니다.

하지만 현대적인 체질 연구에서는 여기에 시간축을 더해볼 수 있습니다.

오늘의 맥만 보는 것이 아니라 지난 한 달의 수면을 봅니다.

오늘의 식욕만 묻는 것이 아니라 6개월 동안 어떻게 변했는지를 봅니다.

현재의 피로뿐 아니라 스트레스가 끝난 뒤 몇 시간 또는 며칠 만에 회복하는지를 봅니다.

그러면 진료는 현재 상태의 사진에서 건강이 변해온 동영상으로 바뀝니다.

미병을 ‘회복력이 떨어지는 과정’으로 연구해볼 수 있을까?

여기에서 하나의 가설을 제안해볼 수 있습니다.

미병을 현대적으로 연구한다면 “어떤 병이 숨어 있는 상태”라고만 정의하지 않고, 여러 자극을 받은 뒤 원래 상태로 돌아오는 능력이 점차 저하되는 과정이라는 측면도 함께 연구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이것은 미병의 전통적 정의를 바꾸자는 뜻이 아닙니다.

현대 생리학을 이용해 미병이라는 오래된 질문을 검증 가능한 형태로 바꿔보자는 것입니다.

그런데 회복력은 어떻게 측정할까?

여기서 문제가 생깁니다. 회복력이라는 말을 사용하기는 쉽습니다. 하지만 과학에서는 측정해야 합니다.

무엇을 측정해야 할까요? 심박수일까요? HRV일까요? 수면일까요? 혈당일까요? 체온일까요? 스트레스 호르몬일까요? 아마 하나의 숫자로는 부족할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우리가 앞에서 이야기했던 ‘패턴’이라는 개념이 다시 등장합니다.

한 사람의 ‘회복 지문’을 만든다면

상상해보겠습니다.

한 사람이 가벼운 운동을 합니다. 운동 직후 심박수가 올라갑니다. 수면도 기록합니다. 다음 날 피로감도 기록합니다.

다른 날에는 표준화된 정신적 스트레스 과제를 수행합니다.

다시 심박수와 HRV, 호흡, 주관적인 긴장감과 회복시간을 측정합니다.

식사를 한 뒤의 대사반응도 관찰합니다.

이런 자료가 오랫동안 쌓이면 그 사람만의 반응 → 적응 → 회복 패턴이 보일 수도 있습니다. 마치 지문처럼 말입니다.

이것이 체질 연구의 새로운 방향이 될 수 있을까?

만약 수백 명, 수천 명의 사람에게 이런 자료를 모은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그리고 체질을 먼저 알려주지 않은 상태에서 데이터를 분석합니다.

사람들의 반응과 회복 패턴에서 자연스럽게 어떤 집단이 형성되는지 살펴봅니다.

그다음 그 집단과 사상체질 진단을 비교합니다.

네 개의 패턴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체질과 어느 정도 겹칠 수도 있고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의미가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검증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서 예방의학과 사상의학이 만날 가능성이 있다

사상의학의 장점 가운데 하나는 사람이 병에 걸린 뒤의 질병명만 보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 건강을 잃어가는가에 관심을 가져왔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현대 예방의학은 위험인자를 측정하고 질병 발생 가능성을 낮추려고 합니다.

디지털 헬스는 개인의 생체신호를 장기간 기록할 수 있게 만들고 있습니다.

세 분야가 서로 같은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하나의 공통 질문은 만들 수 있습니다.

“질병이 완성되기 전에 건강이 흔들리는 신호를 더 일찍 발견할 수 있을까?”

하지만 여기에는 위험도 있다

건강 데이터를 많이 측정하면 건강해질 것 같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매일 HRV를 확인합니다. 조금 낮으면 걱정합니다. 잠에서 깨자마자 수면점수를 확인합니다. 점수가 나쁘면 생각합니다. “오늘 하루는 망했구나.” 심박수를 계속 확인합니다. 조금 올라가면 불안합니다.

그러면 우리가 앞에서 살펴본 내수용감각과 불면증의 문제가 다시 나타날 수 있습니다.

건강을 측정하려다 오히려 몸을 지나치게 감시하게 되는 역설입니다.

숫자는 몸을 이해하기 위한 도구이지 몸 그 자체가 아니다

이것은 앞으로 더욱 중요한 문제가 될 것입니다.

스마트워치가 수면점수 72점을 보여줬다고 해서 내가 정확히 72만큼 잔 것은 아닙니다.

HRV가 어제보다 낮다고 해서 오늘 반드시 건강이 나쁜 것도 아닙니다.

데이터는 중요한 정보입니다. 그러나 데이터는 몸을 바라보는 하나의 창입니다.

사람 자체가 숫자로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임상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검사 결과와 환자의 경험을 서로 경쟁시키면 안 됩니다. 둘을 함께 봐야 합니다.

결국 다시 환자의 한마디로 돌아온다

“검사는 정상인데 저는 예전 같지 않습니다.”

이 말을 들었을 때 두 극단을 피해야 합니다. 하나는 “검사가 정상이니까 아무 문제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검사에 안 나오는 미병이 분명히 있습니다.”라고 근거 없이 질병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그 사이에서 더 좋은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무엇이 언제부터 어떻게 달라졌습니까?” 그리고 “예전에는 쉽게 회복되던 것이 지금은 얼마나 오래 걸립니까?”라고 물어보는 것입니다.

어쩌면 질병의 첫 신호는 ‘증상’이 아닐 수도 있다

질병의 첫 신호라고 하면 우리는 통증이나 불면, 소화불량 같은 증상을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 나타나는 변화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회복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리는 것.

어제의 피로가 오늘까지 남습니다. 한 번의 스트레스가 며칠 동안 수면을 흔듭니다. 한 끼의 과식 뒤 불편함이 오래갑니다. 운동 후 예전보다 회복이 느립니다. 작은 생활리듬의 변화가 몸 전체를 오래 흔듭니다. 이것이 질병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장기간 반복된다면 건강의 변화 과정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노화’는 무엇일까?

여기까지 오면 새로운 질문이 자연스럽게 등장합니다.

나이가 들면 누구나 회복이 느려집니다. 젊을 때는 밤을 새워도 하루 자면 괜찮았습니다. 50대가 되면 그렇지 않습니다. 70대에는 작은 감염이나 수면 부족 뒤에도 회복에 훨씬 긴 시간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까지 이야기한 회복력의 저하는 질병 때문일까요? 아니면 정상적인 노화일까요?

또 체질은 이 노화 과정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같은 나이인데 어떤 사람은 빠르게 회복하고 어떤 사람은 작은 스트레스에도 쉽게 무너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단순한 주민등록상의 나이인 연대기적 나이와 실제 몸의 기능적 상태를 나타내는 생물학적 나이는 얼마나 다를 수 있을까요?

다음 글에서는

「같은 70세인데 왜 몸의 나이는 다를까? — 체질·노화·회복력 그리고 생물학적 나이」

라는 주제로 이어가겠습니다.

텔로미어 하나로 노화를 설명하는 식의 단순한 접근은 피하고,

근육, 대사, 면역, 자율신경, 수면, 인지기능 등 신체활동과 회복력 등이 함께 변화하는 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사상체질의 매우 중요한 질문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체질은 평생 변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 체질을 가진 몸의 ‘건강한 정도’는 나이에 따라 어떻게 달라질까?

어쩌면 체질의학에서 노화를 연구할 때 중요한 것은

“태음인은 몇 살부터 늙는다.”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각 사람이 흔들린 뒤 다시 돌아오는 능력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가를 살펴보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 ‘미병’은 동아시아 전통의학의 역사적·이론적 맥락을 가진 개념이며 현대의학의 전임상 질환, 위험인자 또는 특정 검사 이상과 동일한 개념은 아닙니다. 또한 피로, 불면, 두근거림, 체중 변화 등에는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 숨어 있을 수 있으므로 지속되거나 악화되는 증상을 단순히 미병이나 스트레스 문제로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이 글에서 제시한 ‘회복력 저하’는 미병 전체를 정의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를 현대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하나의 가설적 관점입니다.

mom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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