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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 동덕

몸은 어떻게 마음이 되는가?

읽는 시간 약 12분

내수용감각과 다마지오

“특별히 걱정되는 일은 없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잠이 안 옵니다.”

불면을 호소하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런 말을 종종 듣게 됩니다.

머릿속에 특별한 걱정거리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낮에 큰 충격을 받은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밤이 되면 가슴이 답답하고 몸에 힘이 들어갑니다. 잠들려고 하면 오히려 정신이 또렷해집니다.

본인은 이렇게 표현합니다. “마음이 편하지가 않습니다.”

여기에서 흥미로운 질문이 하나 생깁니다.

마음이 불편해서 몸이 긴장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몸이 긴장하고 있기 때문에 마음이 불편해지는 것일까요?

이번 글은 바로 이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우리는 바깥세상만 느끼는 것이 아니다

사람에게는 눈, 귀, 코, 혀, 피부가 있습니다.

눈으로 사물을 보고 귀로 소리를 듣습니다. 피부를 통해 뜨겁고 차가운 것을 느낍니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또 하나의 감각 세계가 있습니다.

바로 몸 안쪽의 세계입니다.

심장이 빨리 뛰는지, 숨이 편안한지, 배가 고픈지, 속이 메스꺼운지, 몸이 뜨거운지, 목이 마른지, 방광이 차 있는지 등을 신경계는 계속 감지합니다.

이처럼 몸 내부의 생리적 상태를 감지하고 처리하는 과정을 내수용감각(interoception)이라고 합니다.

재미있는 점은 이러한 정보 대부분을 우리가 의식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순간에도 심장은 뛰고 있고 장은 움직이고 있습니다. 혈압과 혈당, 체온도 계속 조절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모든 변화를 하나하나 의식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뇌는 몸에서 올라오는 정보를 계속 받고 있습니다.

밤이 되면 몸의 작은 소리가 커진다

불면 환자의 이야기를 다시 생각해보겠습니다.

낮에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침대에 누우면 심장박동이 느껴집니다.

‘쿵, 쿵, 쿵.’ 한번 심장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하면 점점 더 크게 느껴집니다.

그러면 생각이 따라옵니다. ‘왜 이렇게 심장이 빨리 뛰지?’ 그 생각이 불안을 만들고 심장은 조금 더 빨리 뜁니다. 다시 심장박동이 더욱 선명하게 느껴집니다.

이제 사람은 생각합니다. ‘오늘도 잠을 못 자겠구나.’ 몸의 작은 변화가 감각이 되고, 감각이 걱정을 만들고, 걱정이 다시 몸을 변화시키는 순환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불면을 단순히 ‘생각이 많아서 잠을 못 자는 현상’이라고만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생각이 몸을 변화시키기도 하지만, 몸의 상태가 생각과 감정의 배경을 만들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다마지오는 여기에서 몸을 바라본다

이 문제를 오랫동안 연구해 온 대표적인 신경과학자가 안토니오 다마지오(Antonio Damasio)입니다.

다마지오의 연구를 아주 단순하게 압축하면 흥미로운 생각 하나가 나타납니다.

마음은 몸과 분리되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이렇게 생각합니다.

먼저 뇌에서 감정이 만들어지고 그 결과로 몸이 반응한다고 말입니다.

무서우니까 심장이 뛰고, 화가 나니까 얼굴이 붉어지고, 긴장하니까 배가 아프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러한 방향은 존재합니다.

그러나 다마지오의 관점에서는 반대 방향도 중요합니다.

몸의 상태가 변하고, 신경계가 그 변화를 감지하고, 뇌가 몸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표상하면서, 그 과정이 우리가 경험하는 느낌(feeling)의 중요한 토대가 됩니다.

따라서 몸은 마음의 명령을 받기만 하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닙니다.

몸에서 올라오는 정보 자체가 마음을 구성하는 재료가 될 수 있습니다.

감정과 느낌은 같은 말일까?

다마지오를 이해할 때 중요한 구분이 있습니다.

바로 emotion과 feeling입니다.

일상에서는 둘 다 ‘감정’이라고 번역하는 경우가 많아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다마지오의 틀에서는 emotion을 신체와 신경계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반응 과정으로 보고, feeling은 그러한 몸의 변화와 내부 상태가 주관적으로 경험되는 측면과 밀접하게 연결해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중요한 발표를 앞두었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심장이 빨라집니다. 손에 땀이 납니다. 호흡이 얕아집니다. 위장이 움직입니다. 근육이 긴장합니다.

그리고 사람은 말합니다. “긴장됩니다.”

마지막의 ‘긴장된다’는 주관적인 경험이 그냥 공중에서 갑자기 나타난 것은 아닙니다.

그 밑에는 이미 몸에서 일어나고 있는 수많은 변화가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마음을 이해하려면 생각만 들여다보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몸은 왜 계속 자신의 상태를 확인할까?

여기서 다마지오의 또 하나의 중요한 개념인 항상성(homeostasis)이 등장합니다.

항상성을 흔히 ‘몸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기능’이라고 배웁니다.

하지만 생명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조금 더 넓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생명체는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내부 상태를 계속 적절한 범위 안에 두어야 합니다.

체온이 너무 올라가도 안 되고, 혈당이 지나치게 떨어져도 안 되고, 수분이 부족해도 안 됩니다. 산소와 에너지 공급도 유지해야 합니다. 그래서 몸은 끊임없이 질문하고 있는 셈입니다.

“지금 내 상태는 괜찮은가?”

그리고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몸 곳곳의 정보를 모읍니다.

내수용감각은 바로 이러한 생명 조절 과정과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여기에서 불면을 다시 바라보자

이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왜 어떤 사람은 분명 피곤한데도 잠들지 못할까요? 수면욕구는 충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몸에서 올라오는 여러 신호가 여전히 각성된 상태를 반영하고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심장은 빠르게 뛰고, 호흡은 얕고, 복부는 불편하고, 근육에는 힘이 들어가 있고, 체온의 일주기적 변화가 적절하지 않으며, 스트레스 반응이 충분히 가라앉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단순히 “생각을 그만하세요.”라고 말하는 것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생각 이전에 몸이 아직 잠들 준비를 하지 못한 상태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것이 모든 불면증을 설명하는 것은 아닙니다.

불면증은 수면습관, 생체리듬, 정신건강, 신체질환, 약물, 통증, 수면무호흡증 등 매우 다양한 요인과 관련됩니다.

하지만 불면을 이해하는 하나의 창으로서 내수용감각은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장뇌축도 여기에서 다시 만난다

앞선 글에서 살펴본 장뇌축도 이제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장은 음식만 소화하는 기관이 아닙니다.

장에서는 신경계와 면역계, 호르몬, 장내 미생물과 관련된 수많은 변화가 일어납니다.

이러한 정보의 일부는 미주신경을 비롯한 신경경로와 혈액을 통한 면역·대사 신호 등을 통해 중추신경계와 연결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말하는 “속이 불편하다.” “왠지 몸이 개운하지 않다.” “이유 없이 마음이 불편하다.”같은 표현들 사이에는 생각보다 복잡한 신체적 배경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매우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장에서 만들어진 특정 신호가 곧바로 특정 감정을 만든다는 뜻은 아닙니다.

우리의 느낌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장, 심장, 폐, 혈관, 근육 등 몸 전체에서 올라오는 정보와 과거의 기억, 현재 상황, 외부 환경에 대한 판단 등이 복합적으로 결합됩니다.

그래서 사람의 마음은 단순한 ‘뇌의 산물’이라고만 표현하기보다, 뇌가 몸과 세상을 끊임없이 읽으면서 만들어내는 경험이라는 관점에서도 바라볼 수 있습니다.

같은 심장 두근거림도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는 이유

여기에서 임상적으로 더욱 재미있는 문제가 생깁니다.

두 사람의 심장이 똑같이 빨리 뛰고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한 사람은 말합니다. “오늘 몸 상태가 좀 안 좋나 봅니다.”

다른 사람은 말합니다. “혹시 심장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닐까요?”

몸에서 올라온 신호는 비슷하더라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마음은 다를 수 있습니다.

과거 경험도 다르고, 주의를 기울이는 방식도 다르고, 몸의 신호에 대한 민감성도 다르며, 그 신호에 부여하는 의미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내수용감각은 단순히 몸의 신호를 얼마나 잘 느끼느냐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몸의 신호를 감지하고 그것을 해석하며 그 의미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까지 생각해야 합니다.

이 지점에서 불면증과 심신증의 문제가 서로 만나기 시작합니다.

몸이 마음이 되고, 마음이 다시 몸으로 돌아간다

이제 하나의 순환을 그려볼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

↓

자율신경과 몸의 변화

↓

심장·호흡·장·근육 등의 내부 신호 변화

↓

내수용감각

↓

불편함·긴장·불안과 같은 주관적 느낌

↓

생각과 해석

↓

다시 자율신경과 몸의 변화

이 과정은 한 방향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몸이 마음에 영향을 주고, 마음은 다시 몸에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심신증이라는 말에서 ‘심(心)’과 ‘신(身)’을 어디에서 나누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도 생깁니다.

어쩌면 마음과 몸은 우리가 편의를 위해 나누어 놓았을 뿐, 실제 생명현상에서는 처음부터 그렇게 깔끔하게 분리되어 있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더욱 흥미로운 질문이 남는다

여기까지 생각하면 다음 질문은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같은 스트레스를 받아도 왜 사람마다 몸의 반응이 다를까?

누군가는 배가 먼저 아픕니다. 누군가는 심장이 먼저 뜁니다. 누군가는 머리가 아픕니다. 누군가는 목과 어깨가 굳습니다. 그리고 누군가는 가장 먼저 잠을 잃습니다.

왜 그럴까요? 단순히 스트레스의 강도가 달라서일까요?

아니면 사람마다 자신의 몸을 감지하고 조절하는 방식에 어떤 개인적인 패턴이 존재하는 것일까요?

이 질문은 현대 신경과학에서도 매우 흥미로운 문제입니다.

그리고 저에게는 또 다른 오래된 질문을 떠올리게 합니다.

100여 년 전 이제마는 왜 사람의 몸과 마음을 따로 떼어놓지 않고 성정(性情)과 체질이라는 틀 안에서 함께 바라보려고 했을까요?

물론 다마지오의 신경과학과 이제마의 사상의학을 곧바로 같은 이론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두 사람은 전혀 다른 시대에 살았고 사용하는 개념과 연구 방법도 다릅니다.

하지만 두 관점 사이에 질문 하나를 놓아보는 것은 가능합니다.

“몸에서 일어나는 생리적 변화와 사람이 세상을 느끼고 반응하는 방식은 정말 서로 독립되어 있는가?”

이 질문에서부터 다음 이야기를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몸이 마음을 만들고 마음이 다시 몸을 변화시킨다면, 사람마다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몸과 마음의 반응 방식’도 존재할까요?

다음 글에서는 바로 이 문제를 살펴보겠습니다.

「같은 스트레스인데 왜 누구는 장이 아프고, 누구는 잠을 못 잘까? — 몸과 마음의 개인차」

여기에서부터 불면과 장뇌축에 관한 이야기는 조금 더 깊은 ‘사람의 차이’에 관한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 이 글은 내수용감각, 항상성 및 다마지오의 이론을 이해하기 위한 일반적인 건강정보입니다. 특정 증상의 원인을 내수용감각이나 장뇌축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지속적인 불면, 두근거림, 호흡곤란, 소화기 증상 등이 있다면 원인 질환을 확인하기 위한 적절한 의학적 평가가 필요합니다.

mom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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